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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compassion is practiced

Written by Team Managing Researcher Seo Young Lee

Seoul, August 2020

 

연민이란 무엇인가? 

연민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무거운 짐을 낑낑 들고가고 있는 여자아이를 봤을 때 함께 들어주고 싶은 마음, 주인에게 버림받아 굶주리고 있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단순히 상대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공감이 아닌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이를 연민이라고 본다.

 

 

연민은 세상을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준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바로 사회를 공존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연민은 일종의 연쇄반응으로써, 내가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끼고 도움을 주는 행위를 통해 사회 전반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마트에서 두 손 가득 짐을 든 채 힘들어 하는 남자를 도와주었다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남자는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살려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것이다. 또한, 당신이 그 남자를 도와주는 광경을 목격한 제 3자가 배움을 얻어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다. 이처럼 연민은 연쇄적인 도움의 손길을 유도해내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게 되는 것이다. 만약 모두가 각자의 이익만을 따져가며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돈 있고,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 즉 진정한 ‘약육강식’의 사회 모습이 형성될 것이다. 진정한 공존이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또 받아가며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조화로운 사회의 형성은 긍정적인 심리적,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켜 개개인에게도 도움을 줄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연민에서 비롯된 봉사가 선행을 베푼 주체자에게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나로 인해 상대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된다. 내가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고 또 도움을 준다는 점에 있어서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존감이 향상되는 것이다. 마치 지하철에서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해드렸을 때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 좋은 착각이 드는 것처럼, 실제로 선행을 베풀 때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봉사는 개인의 행복 증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봉사를 하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심리학회 저널 “Psychological Bulletin”에 게재된 캐나다 베이크레스토 로트만 건강과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성인은 우울증이 감소하고, 전반적인 건강 수준이 향상되어 신체 기능이 좋아지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연민에서 비롯된 봉사활동은 도움을 주는 주체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연민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연민은 목격, 공감, 조절, 동기유발의 네 단계를 거쳐 형성된다. 가장 먼저, 우리는 고통을 겪고 있는 대상이나 상황을 인지한 후, 고통받고 있는 대상의 감정 (화, 분노, 슬픔, 갈망 등)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당장 그 상황을 목격한 후 생겨나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출하면 상대를 돕기는 커녕 되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생활에서 배고픔에 굶주려 구걸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쯧쯧 불쌍해”라는 말을 내뱉지 않듯이, 초기 단계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연민을 통해 남을 돕는 행위가 유발되어 행동으로 실천된다면 이를 기점으로 앞서 말한 4단계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민의 과정이 선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후천적으로 발달되는 것일까? 사실 이 질문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선하다는 성선설, 선천적으로는 악하지만 교육과 경험을 통해 선해질 수 있다는 성악설의 논란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연민은 선천적 감정일 것이다. PLOS ONE이라는 과학 저널은 일본 연구진과의 연구를 통해 10개월된 아기들이 공격적인 행위를 직면했을 때 가장 기초적인 동정심을 나타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자신과 외부 환경을 구분할 수 있는 2살 정도가 되면 연민이 더욱 발전하여 고통받는 대상을 보호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어린 나이에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연민과 동정의 감정이 형성되는 것을 보았을 때, 연민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감정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이미지 제공: Matt Collamer

동물에 대한 연민이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동물을 사육하고 착취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가, 사랑스러운 생명체로 보는가? 인간이 비인간동물에 대해 가진 인식과 태도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인간은 비인간동물들의 가죽을 벗겨내어 따듯한 옷으로 입고 다니고, 살점을 뜯어 맛있게 구워 먹으며, 끊임없이 약물을 투여하면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인간동물들을 우리의 편의에 맞춰 착취하고 이용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지만, 최근엔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 경기도 파주에서 구제역에 걸린 돼지 4천여마리가 생매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촬영된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잔인하고도 악독한 인간의 모습을 담은 해당 영상을 보고 받은 충격은 잠시 느껴지는 죄책감이자 놀라움에 그쳤으며, 당장 고기를 섭취하고 있는 자신들의 행동은 전혀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현재 전 세계는 70억 인구의 약 10배인 600~700억 마리의 비인간 동물을 먹기 위해 사육하고 있다. 또한, 동물 자유 연대에 따르면 한국에서만 실험동물로써 사육되고 있는 비인간 동물 수가 약 143만여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비인간동물에 대해 ‘연민’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앞서 말한바와 같이, 연민은 도움의 행동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단순한 감정의 공감은 생매장 당하는 돼지들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발전시켜 삼겹살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등의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기에 연민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위 사진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을 가족과 같이 매우 소중히 여긴다. 강아지의 사람 친화적인 특성 때문일까, 가축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송아지를 데리고 와서 키우는 사람들은 본 적 없지만, 유기견 보호소에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아지를 입양해오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강아지나 고양이 등과 같은 애완동물에 대해 가지는 감정과 태도는 실제로 입양을 해오는 것과 같은 행동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이는 앞서 말한 돼지에 대한 설명과 상반된다. 그렇다면 대체 비인간 동물을 향한 감정이 연민이란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정답은 없다. 각 개인마다 비인간동물에 대해 가지는 태도와 인식이 일관적이지 않고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모두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동물실험, 식용견과 같은 이슈들이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어떤 존재로 여기는지,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지, 어떤 대우를 받아야 마땅한지 등은 매우 주관적이기에 동물에 대한 연민의 여부를 단정 짓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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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eka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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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news.joins.com

연민이 잘못 실천된 예시는 무엇이 있을까?

 

위 사진은 애니멀 호더로 인해 방치되어 있는 강아지들의 모습이다.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닌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사람들을 애니멀 호더 (animal hoarder) 라고 부른다. 이들은 개인이 감당 가능한 적정 개체수를 넘어 열악한 환경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애완동물을 두고 키우며, 대체로 적절한 관리를 제공하지 못하여 애완동물 방치, 학대까지 행한다. 애니멀 호더로 인해 방치된 강아지들은 털이 제대로 깎이지 않고 오랜 기간 목욕도 하지 않아서 피부병을 앓고 있거나, 먹이를 제때 먹지 못하여 숨지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 애니멀 홀딩이 동물학대에 포함되어 있으나, 한국의 경우 아직 관련 법이나 제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착각은 바로 ‘자신이 온 사랑과 정성을 다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대부분의 애니멀 호더는 동정심, 연민의 감정에서 시작하여 애완동물들을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연민의 감정이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진 사례로써, 그들은 키우는 애완동물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부정하며, 자신의 무책임을 연민과 사랑의 감정으로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간과 비인간 동물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가?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인간은 연민을 가진 존재로써, 비인간 동물에 대한 연민 역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연민이라는 이름 아래에 숨어 동물학대나 방치와 같은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당장 육식을 금하고, 개발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상식 수준의 연민, 즉 똑같이 고통과 아픔을 느끼는 생명체로써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이제 동물과 인간의 공존, 공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그들의 위에 군림하려하기 보다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지니고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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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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